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 20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익률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투자 지식 부족으로 수익률이 낮은 상품에 자금을 묻어두고 있어 실질적인 노후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제도는 무엇이고, 어떤 장점이 있으며, 어떻게 가입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란?
기금형 퇴직연금은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과는 다른 형태의 퇴직연금 운영 방식입니다. 현재의 계약형 퇴직연금은 가입자(회사 또는 근로자)가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금융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스스로 투자상품을 선택하여 운용해야 합니다. 반면, 기금형 퇴직연금은 독립된 기금 법인(수탁법인)이 가입자의 돈을 모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입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수탁법인 이사회)에서 퇴직연금 운용 방향을 결정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여 수익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를 통해 투자 지식이 부족한 가입자들도 전문적인 자산 관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여러 회사들이 연합하여 하나의 기금을 형성하는 '연합형 기금'을 구성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적인 자산 운용이 가능해집니다. 같은 업종 내 사업장끼리 또는 산업단지 내 이웃 기업끼리 직원들의 퇴직연금을 모아 기금형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2. 현행 퇴직연금 제도(계약형)의 문제점
현재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제도는 대부분 '계약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계약형 퇴직연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낮은 수익률입니다. 지난 10년간 개인퇴직연금의 연 환산 수익률은 고작 2.07%에 불과하며, 이는 물가상승률에 턱없이 못 미쳐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입니다.
낮은 수익률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투자 지식이 부족한 가입자들이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관리해야 하는 부담
-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부분의 자금(89% 이상)이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상품에 집중
- 장기투자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 운용 방식(단기로 갱신되는 상품 위주)
- 가입자의 무관심과 퇴직연금에 대한 전문성 부족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 보장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디폴트옵션'이나 '실물이전' 등의 보완책을 도입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3.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추진 배경 및 역사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도입은 이번이 처음 시도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도입이 시도되었으나 번번이 무산된 역사가 있습니다.
주요 추진 역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 2014년 8월: 박근혜 정부가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2016년 7월부터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계획 발표
- 2016년 8월: 고용노동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입법 예고
- 2019년 5월: 문재인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개선안 제시
- 2024년: 국회에서 한정애 의원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 법률안' 대표 발의
- 2025년 현재: 정부가 지난해 국회가 발의한 법안을 보완해 한국형 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 착수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이 여러 번 시도되었으나 그때마다 무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이 제도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특히 고용노동부장관이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푸른 씨앗)를 운용모델로 한 기금형 퇴직연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4. 기금형 퇴직연금의 장점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과 비교했을 때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전문적인 자산 운용: 자산운용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탁법인 이사회에서 정한 적립금 운용원칙에 따라 투자가 이루어져 전문성이 확보됩니다.
- 높은 수익률: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푸른씨앗'의 경우 2년간 누적 수익률이 12.8%로, 계약형 퇴직연금(5년 평균 1.51%, 10년 평균 1.93%) 보다 월등히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 규모의 경제 효과: 여러 기업의 퇴직연금을 모아 운용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투자 수익률 제고와 비용 절감이 가능합니다.
- 가입자의 부담 감소: 개인의 관심이나 투자 지식 유무와 관계없이 전문가들이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퇴직연금을 관리해주기 때문에 가입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 비용 절감: 사업자간 경쟁 유도를 통해 수수료 등 비용 절감이 가능합니다.
- 근로자 수급권 강화: 회사와 독립된 기금 형태로 연금이 사외적립되기 때문에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급권이 더욱 강화됩니다.
- 노사 중심의 연금관리: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연금관리 및 운용이 제도적으로 강화됩니다.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퇴직연금이 발달한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은 기금형만 있거나 기금형과 계약형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둘 다 있는 경우에도 기금형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근로자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상황입니다.
5.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방향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한국형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국회와 협력하여 연내 법안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요 도입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탁법인 설립: 노사 합의에 의해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비영리재단법인 형태의 독립된 수탁법인을 설립합니다.
- 국민연금공단 참여: 글로벌 기금운용 경험이 풍부한 국민연금공단을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 단일형과 연합형 모델: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단일형과 중소기업에 대한 연합형 기금 모델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 근로복지공단 모델 확대: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푸른 씨앗' 모델을 확대 발전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 100인 기준 이원화: 상시 근로자 100인 초과 사업장은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하고, 100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관리,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국 상황에 맞는 최적의 기금형 퇴직연금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6. 국내 기금형 퇴직연금 사례 - 푸른씨앗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대표적인 사례는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푸른 씨앗)'입니다. 2022년 9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이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률이 낮은 3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 준비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푸른 씨앗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상: 30인 이하 상용근로자를 둔 중소기업
- 운영 방식: 사업주가 임금 총액의 1/12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부하면,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적립하여 자산운용기관에 위탁하여 운용
- 정부 지원: 월 268만 원 미만 근로자에 대한 사업주부담금의 10%를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지급
- 수수료 혜택: 2024년 가입 시 4년간 수수료 전액 면제
- 가입 절차 간소화: 규약작성 면제와 비대면 가입 가능
- 운용 성과: 2년간 누적 수익률 12.8% 달성(계약형의 5년 평균 1.51%, 10년 평균 1.93%와 비교하여 우수한 성과)
푸른 씨앗은 국내 퇴직연금 유형 중 현재 유일하게 '기금형' 제도에 해당하며, 그 성공적인 운영 사례는 앞으로 도입될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좋은 참고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7. 기금형 퇴직연금 가입 방법
현재 일반적인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아직 도입 단계에 있지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푸른 씨앗'의 가입 방법을 통해 기금형 퇴직연금의 가입 절차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푸른씨앗 가입 방법은 다음과 같이 매우 간단합니다:
- 제도 도입 동의: 사업주와 근로자 대표(또는 과반수 이상)가 제도 도입에 대한 동의
- 가입신청서 제출: 필요한 서류와 함께 가입신청서 제출
- 부담금 납입: 부담금을 납입한 후 '푸른 씨앗'으로 퇴직연금 운영 시작
푸른씨앗 홈페이지를 통한 가입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홈페이지 접속 및 가입신청 전 필수서류 확인
- 기금제도 신청하기
- 퇴직급여 담당자 등록 및 본인인증
- 홈페이지 회원가입
- 가입자관리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될 일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경우에도 비슷한 절차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법안이 확정된 후 발표될 예정입니다. 현재로서는 푸른씨앗 퇴직연금 콜센터(1661-0075)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8.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한계 및 고려사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몇 가지 한계와 고려사항도 존재합니다:
- 추가 비용 발생: 수탁법인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므로 별도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원금 손실 위험: 계약형의 원리금보장상품과 달리 투자 방식에 따라 원금 손실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 감독의 어려움: 수탁법인은 법률상 금융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나 금융당국의 상시 감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계약자 보호 장치 필요: '계약자 보호'를 위한 충분한 수단을 갖춘 뒤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 제도 도입의 복잡성: 기금형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조율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한계와 고려사항들은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되어야 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들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계약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와 수탁법인에 대한 적절한 감독 체계의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9. 결론 - 기금형 퇴직연금의 미래와 준비사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 문제를 해결하고, 근로자들의 노후 소득을 더욱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대안입니다. 여러 차례 도입이 시도되었으나 번번이 무산되었던 이 제도가 이번에는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이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의 중요한 변화가 될 것입니다.
특히 푸른 씨앗의 성공적인 운영 사례(2년간 누적 수익률 12.8%)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며, 향후 제도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노후 준비를 위한 퇴직연금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기업은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근로자는 더 높은 수익률을 통해 실질적인 노후 준비가 가능해집니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의 노력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제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에 관심 있는 근로자와 기업은 제도의 도입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준비를 미리 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