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 이후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증시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장 패닉 속에서도 국민연금은 오랜 시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해왔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배울 수 있는 지혜를 살펴보겠습니다.
예상을 벗어난 환율 변동: 달러 인덱스 하락과 원/달러 환율
일반적으로 미국이 관세를 강하게 부과하면 다른 나라 통화 가치는 하락하고 달러 가치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상호관세 부과 이후 달러 인덱스가 오히려 하락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더불어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투자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이후 한국의 환율과 미국 달러 인덱스 사이의 격차가 약 10% 벌어졌으며,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이탈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제 이러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약 30원 정도 출렁이는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의 취약점과 관세 정책의 역효과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정책이 미국을 다시 부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취약성 때문입니다.
지난 30년간 미국은 달러 강세와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인재를 끌어들여 창의적인 산업을 발전시켜왔습니다. 하지만 애플,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은 자국 내 생산 시설보다는 해외 위탁 생산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해왔죠.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들은 관세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현상은 반도체와 같이 이번 관세 조치에서 제외된 품목의 기업들조차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입니다.
중고차 시장과 인플레이션: 저소득층의 이중고
미국의 관세 정책은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현상은 중고차 시장의 가격 상승입니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2.8% 상승했는데, 중고차 시장이 이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중고차는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에서 1~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그 상승 효과는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에 0.3~0.4%의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는 2022년 중국 상하이 셧다운으로 인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때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의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하여 차량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저소득층이 이러한 중고차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피해자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수입되는 저렴한 식품에 대한 관세 부과까지 더해지면 미국의 저소득층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미국 소비의 원동력: 401K 플랜과 베이비부머 세대
그동안 미국 경제가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소득 상위 10%, 특히 평균 연령 65세의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한 막대한 자산입니다. 이들은 럭셔리 제품과 여행 등에 지출하며 미국 소비를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이 소비의 기반은 401K 플랜이라는 퇴직연금 제도에 있습니다. 약 18조 달러 규모의 401K 플랜이 시장 하락으로 20%가량 가치가 감소하면, 이는 고소득층의 소비까지 위축시켜 연쇄적인 경기 하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심화되면 미 연준의 금리 인하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투자 비결: 분산투자와 환헤지 미실시 전략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유럽 재정 위기, 코로나19 등 수많은 위기를 거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해왔습니다. 국민연금의 투자 비결은 무엇일까요?
첫째, 국내 주식 비중을 약 10%로 낮게 유지하고 해외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왔습니다. 둘째, 환헤지를 하지 않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고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4,000억 달러 이상)가 너무 커서 파트너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환헤지를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수익률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08년이나 2020년과 같이 위기 상황에서 환율이 급등할 때 해외 투자에서 환차익이 발생하여 수익을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국내 채권 비중을 55%에서 27%로 줄이고, 그 자금으로 해외 부동산, 주식, 채권에 분산투자하여 전체적인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개선했습니다.
개인 투자자의 시장 패닉 대응법: 리밸런싱과 현금의 힘
시장이 패닉 상태일 때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리밸런싱'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합니다. 리밸런싱이란 자산 가격이 오르내림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민연금도 이러한 리밸런싱을 두 가지 차원에서 실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미국 주식에서 큰 수익이 발생하자 이를 팔아 한국 주식을 매수했고, 최근에는 누적해서 8조 5천억 원 정도를 한국 시장에 투자했습니다. 이런 리밸런싱 덕분에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덜 하락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리밸런싱은 중요한 전략입니다. 특히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단기 채권이나 현금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시장이 대폭락하고 '모든 것이 끝났다'는 공포가 덮칠 때 이러한 현금 자산이 새로운 기회를 잡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은행 예금도 좋지만, 환매 수수료가 없는 CD 연동 ETF와 같은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장이 '블랙 튜즈데이',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공포에 휩싸일 때 이러한 현금성 자산으로 점진적으로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미국 국채와 금: 지금 투자해야 할까?
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와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권고합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최근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8% 수준이었던 금리가 현재는 4% 아래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30년물 국고채 투자자들에게 이미 15% 이상의 수익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미국 국채를 추가로 매수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반면, 금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금은 전쟁이나 무역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달러 가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금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에 적절한 비중으로 금을 포함시키는 것은 분산투자 관점에서 고려할 만합니다.
결론: 불확실성 속에서의 투자 원칙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인한 시장 패닉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 연준의 다음 FOMC 회의는 5월에 예정되어 있어, 그때까지 시장 불안정성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명심해야 할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 배분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투자합니다.
- 시장 상황에 따라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 비중을 조정합니다.
- 포트폴리오에 적절한 현금 비중을 유지하여 시장 폭락 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합니다.
-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일정 비중 포함시켜 위험을 분산합니다.
- 미국 주식과 채권 외에도 다양한 지역과 자산 클래스에 분산투자합니다.
국민연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 패닉 상황에서도 철저한 자산 배분과 리밸런싱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요동칠 때일수록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SBS 시사교양라디오 돈터뷰 2025년 4월 4일(금) 방송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