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는 최근 몇 년간 흡연자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덜 해롭다'는 인식과 함께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죠. 하지만 과연 이러한 주장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일까요? 오늘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일반 담배(연초)와의 차이점을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란 무엇인가?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을 배터리로 가열해 에어로졸을 생성하고 이를 흡입하는 전자 장치입니다. 기본적으로 전자 액상을 담는 탱크, 액상을 기화시키는 발열체, 에어로졸을 흡입하는 마우스피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자 액상에는 니코틴과 향료, 그리고 이를 녹여 폐로 전달하기 위한 용매(프로필렌 글리콜과 글리세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4년 중국에서 처음 시장 판매가 시작된 이후, 현재 영국 인구의 7.5%가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도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기준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율이 남자 5.6%, 여자 1.3%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년보다 증가한 수치입니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연초)의 차이점
액상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그리고 궐련형 전자담배는 작동 방식과 구성 성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일반담배(연초)
일반담배는 담배잎을 태워서 나오는 연기를 직접 흡입하는 방식으로, 타르,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 40여 가지의 발암물질과 4,000여 가지의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 잎을 전자적으로 가열해 연기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발암물질 5종이 들어있고, 타르는 일반담배보다 최대 1.52배, 니코틴은 0.8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는 태우지 않기 때문에 1급 발암물질인 타르는 없지만, 니코틴과 다른 물질들이 일반 담배보다 적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니코틴은 연초 담배보다 1.1배에서 2.6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니코틴 양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어 위험성이 더욱 높다고 합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건강 영향: 최신 연구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덜 해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학적 연구 결과는 어떤 결론을 제시하고 있을까요?
니코틴의 영향
전자담배의 기본 성분인 니코틴은 중독성이 있으며 교감 신경계를 과도하게 자극하여 심장을 더 세고 빠르게 뛰게 하고 혈압을 상승시킵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전자담배와 관련한 과학 성명서에서 이러한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용매의 문제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용매인 프로필렌 글리콜과 글리세린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성분이지만, 이들을 제조하는 업체는 흡입을 피할 것을 권장합니다. 단기 노출만으로도 기침, 인후통,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향료의 위험성
전자담배에서 발견되는 일부 향료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버터 향 화합물인 디아세틸과 아세틸프로피오닐은 산업 유해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멘톨, 커피, 딸기, 초콜릿, 계피 등 다른 일반적인 향료에는 배양 세포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금속 노출: 전자담배의 숨겨진 위험
액상형 전자담배는 발열체에서 방출되는 중금속 등 의도치 않은 부산물도 배출합니다. 일부 흡연기에는 니켈-크롬 합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원소로 만든 에어로졸에 노출된 쥐는 쌕쌕거림과 호흡곤란을 일으켰습니다.
직업상 니켈과 크롬 화합물에 노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니켈은 폐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일부 전자담배에서는 담배 연기보다 더 많은 양의 니켈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오래된 전자담배나 일회용 전자담배일수록 중금속 오염 물질이 더 많이 배출된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일회용 전자담배의 101번째에서 150번째 모금은 처음 50모금보다 약 60배 많은 중금속을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충격적인 연구 결과
미국 텍사스 알링턴 대학교(UTA) 연구팀이 전자담배 경험이 없는 흡연자를 대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피운 직후 뇌혈관과 말초혈관의 기능변화를 비교·분석한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할 때도 일반담배와 동일하게 뇌혈관과 말초혈관에 급성 손상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기능이상의 정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의 지야드 벤 탈레브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가 흡연의 안전한 대안이 아니란 점을 입증할 수 있었다"며,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모두 급격한 혈관수축에 따른 손상이 발생했으며, 이러한 급성 손상이 말초혈관과 뇌혈관에 기능이상을 일으킨 정도도 동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전신혈관에 나타나는 급성 손상은 장기적으로 뇌졸중, 고혈압, 심장마비와 같은 심각한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만성 염증을 증가시켜 다양한 대사성 질환과 노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현황과 트렌드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남성과 여성 모두 2013년 대비 2022년 크게 증가했습니다. 남성은 2.0%에서 5.6%로, 여성은 0.3%에서 1.3%로 상승했습니다.
반면 청소년의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 경험률은 2018년 7.9%(남학생 12.3%, 여학생 3.1%)에서 2020년 6.1%(남학생 8.8%, 여학생 3.2%)로 감소하다가 2021년 7.1%(남학생 9.8%, 여학생 4.2%)로 다시 증가했습니다. 현재 사용률도 2020년 1.9%에서 2021년 2.9%로 상승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트렌드가 관찰되었는데, 성인의 경우 2012년 1.9%에서 2019년 4.5%로 증가했다가 2020년에는 3.7%로 소폭 감소했습니다. 청소년,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2012년 2.8%에서 2019년 27.5%까지 급증했다가 2021년 11.3%로 감소했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흔한 질문과 답변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운가요?
영국공중보건국(PHE)의 2022년 검토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발견되는 유해 물질의 양은 일반 담배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할 때도 일반담배와 동일하게 뇌혈관과 말초혈관에 급성 손상이 발생했으며, 일부 성분(특히 니코틴과 중금속)은 일반담배보다 더 많이 함유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금연에 도움이 되나요?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의 대체재나 금연을 위한 대안으로 권유되는 경우가 많지만, 전자담배도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의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고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금연에 도움이 된다거나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1회 흡연 시 정해진 니코틴 흡입량이 없어 사용자의 흡연 습관에 따라 건강 유해성이 배가될 수 있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된 급성 호흡기 질환이 있나요?
2019년 미국에서는 청소년과 젊은 성인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후 급성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급증했으며, 일부는 급성 폐 손상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2월까지 약 3000명의 폐손상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7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도 간접흡연의 위험이 있나요?
액상형 전자담배의 에어로졸은 단순한 수증기가 아니라 여러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간접흡연의 위험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따라서 금연구역에서의 전자담배 흡연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결론: 액상형 전자담배는 안전한 대안이 아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신 연구 결과들은 액상형 전자담배도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가 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담배와 큰 차이가 없으며, 중금속 노출 등 일부 위험 요소는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또한 2019년 미국에서 발생한 전자담배 관련 급성 폐 손상 사례들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잠재적 위험성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용매나 향료 등의 잠재적인 건강영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전자담배도 중독을 야기하기 때문에 사용 시 건강에 위해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형태의 담배든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흡연 관련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담배 제품의 사용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금연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전자담배와 같은 대체품보다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금연 보조제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입니다.